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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의 반항아, 슈퍼투스칸의 세계

회계사아재 2025. 4.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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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투스칸은 1970년대 이탈리아 와인 규정에 도전한 혁신적인 와인 카테고리입니다. 전통적인 토스카나 와인 법규(DOC)에 얽매이지 않고, 국제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사용하거나 기존 블렌딩 비율을 과감히 무시하며 탄생했습니다. 당시 '단순한 테이블 와인(Vino da Tavola)'으로 분류되었지만, 그 품질과 명성은 기존 DOC 와인들을 훨씬 뛰어넘었고, 이로 인해 '슈퍼(Super)'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
이탈리아 와이너리


혁신가들의 열정과 도전으로 시작된 슈퍼투스칸은 오늘날 세계 와인 시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프리미엄 와인 카테고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제 이탈리아 와인의 새로운 역사를 쓴 5대 슈퍼투스칸을 만나보겠습니다.

 



 슈퍼투스칸을 대표하는 다섯 병의 전설

 

 사시까이아
(Sassicaia)

사시까이아
사시까이아

 

명성  

1968년, 슈퍼투스칸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절, '사시까이아'는 토스카나 해안 지역 볼게리(Bolgheri)에서 탄생했습니다. 전통을 고수하던 이탈리아 와인 세계에서 국제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을 주력으로 한 이 와인은 당대에는 이단으로 간주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탈리아 와인의 혁신 상징이자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현재는 '슈퍼투스칸의 시초'이자 독립된 D.O.C 등급(1994년 제정, Bolgheri Sassicaia DOC)을 가진 유일한 와인으로 그 위상이 특별합니다.

 

와이너리 소개  

사시까이아를 생산하는 테누타 산 귀도(Tenuta San Guido)는 투스카니 귀족 가문 중 하나인 인칸티 가문(Marchesi Incisa della Rocchetta)에 의해 창립되었습니다. 창립자 마리오 인칸티는 보르도의 샤또 라피트 로쉴드에 매료된 후, 이탈리아 토양에서 유사한 와인을 만들고자 시도했습니다. 볼게리의 자갈 많은 토양이 보르도의 그레이브 지역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아 오늘날의 사시까이아가 시작되었습니다.

 

가격대  

국내에서는 빈티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 4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급 빈티지(2016, 2018, 2021 등)는 50만 원 이상으로 거래되기도 합니다.

 

테이스팅 노트  

사시까이아는 첫 향에서부터 블랙커런트, 잘 익은 체리, 삼나무, 스파이스, 미묘한 바닐라 노트를 드러냅니다. 입안에서는 미디엄에서 풀 바디로 넘어가는 질감과 세련된 산도, 부드러운 타닌이 조화를 이룹니다. 시간이 흐르며 담백한 미네랄리티와 가죽, 담배, 트러플 같은 복합적인 풍미가 피어오릅니다.

 

개성점  

보르도 스타일을 따랐지만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고, 볼게리 지역 특유의 바닷바람과 석회질 토양이 독자적인 미네랄리티를 부여합니다. 슈퍼투스칸의 원형이자, 여전히 가장 클래식한 존재입니다.

 

 

 

 

 마세토
(Masseto)

마세토
마세토

 

명성  

'이탈리아의 페트뤼스'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마세토는 메를로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세계적인 컬트 와인입니다. 슈퍼투스칸 중에서도 극소량 생산, 희귀성, 놀라운 집중도로 인해 희소성과 상징성이 가장 강한 와인 중 하나입니다. 생산량은 연간 약 3만 병 수준이며, 경매 시장에서도 고가에 거래되는 프리미엄 와인입니다.

 

와이너리 소개  

마세토는 원래 오르넬라이아(Tenuta dell'Ornellaia) 소속의 싱글 빈야드였으나, 2018년부터는 별도 와이너리로 독립했습니다. 볼게리의 마세토 언덕(Masseto Hill)이라는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되며, 이곳은 점토질 토양이 주를 이루는 특이한 구조로 유명합니다. 이 점토층이 수분과 영양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메를로 품종이 가진 풍부함과 집중도를 극대화합니다.

 

가격대  

국내에서는 일반적인 빈티지조차 100만 원대 이상, 프라임 빈티지는 150만 원 이상을 호가합니다. 수집가나 경매 시장에서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테이스팅 노트  

깊고 어두운 루비색을 띠며, 블랙베리, 자두, 초콜릿, 모카, 라벤더의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입안에서는 완벽한 균형감과 농밀한 구조가 인상적이며, 무게감 있으나 부드럽고 우아한 피니시를 보여줍니다. 15년 이상 숙성하며 복합미가 무르익는 스타일입니다.

 

개성점  

단일 포도밭, 단일 품종, 극소량 생산이라는 요소가 결합된 마세토는 슈퍼투스칸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메를로로 표현할 수 있는 풍미의 한계를 완전히 확장한 와인입니다.

 

 

 

 

 솔라이아
(Solaia)

 

솔라이아
솔라이아

 

명성  

이탈리아 와인계의 왕족이라 불리는 안티노리(Antinori) 가문이 만든 또 하나의 걸작입니다. 티냐넬로와 함께 슈퍼투스칸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며, 특히 비평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프리미엄 와인입니다. 'Wine Spectator'가 선정한 '올해의 와인' 리스트에도 오른 바 있으며, 여러 빈티지가 98~100점의 고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와이너리 소개  

솔라이아는 피렌체 인근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 위치한 테누타 티냐넬로(Tenuta Tignanello)의 특정 구획에서 생산됩니다. '태양이 가장 잘 드는 언덕(Solaia = sunny one)'이라는 이름처럼, 뛰어난 일조량과 토양 배수가 이 와인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안티노리 가문은 14세기부터 와인을 만들어온 이탈리아 귀족 가문으로, 오늘날까지 가족경영을 유지하며 품질을 고집하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가격대  

국내에서는 약 60만 원대에 유통되며, 인기 빈티지나 매그넘 병은 80만 원 이상으로 형성됩니다.

 

테이스팅 노트  

깊은 자줏빛 컬러, 블루베리, 블랙 체리, 바이올렛, 시가 박스, 삼나무, 감초 향이 인상적입니다. 입안에서는 타닌의 힘과 부드러움이 완벽하게 조화되며, 긴 여운이 고급 와인의 품격을 느끼게 합니다. 묵직하지만 날렵한 산도가 밸런스를 잡아주며, 강건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개성점  

솔라이아는 까베르네 쇼비뇽과 산지오베제를 함께 사용하여, 국제 품종과 토착 품종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 점이 특징입니다. 구조감은 보르도에 가깝지만, 피렌체 인근 테루아의 이탈리아적인 햇살과 향신료가 감성을 더합니다.

 

 

 

 오르넬라이아
(Ornellaia)

오르넬라이아
오르넬라이아

 

명성  

볼게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걸작으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와 제임스 서클링 등으로부터 수차례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특히 2001 빈티지는 'Wine Spectator' 선정 '올해의 와인(1위)'에 올라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와이너리 소개  

오르넬라이아 와이너리는 1981년, 안티노리 가문의 일원이었던 루도비코 안티노리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마세토와 같은 지역에 위치하며, 현재는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가문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테루아와 혁신적인 양조 기술이 조화를 이루며, 매 빈티지마다 완성도 높은 와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격대  

국내 시중가로는 약 20만 원대 중후반에 구입할 수 있으며, 훌륭한 슈퍼투스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가격 대비 성능을 자랑합니다.

 

테이스팅 노트  

잘 익은 검은 과실, 자두, 삼나무, 허브, 정향 등의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미디엄 풀바디의 조화로운 질감이 특징입니다.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구조감과 함께 밝은 산미, 정교한 탄닌, 섬세한 스파이스 노트가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개성점  

오르넬라이아는 비교적 부드럽고 '열려 있는' 스타일로, 슈퍼투스칸 입문자에게도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한 매력을 가집니다. 볼게리 해안가의 신선한 공기와 풍성한 과일 향이 살아 있는 와인입니다.

 

 

 

 

 티냐넬로
(Tignanello)

티냐넬로
티냐넬로

 

명성  

1971년 첫 빈티지 출시 이후, '최초의 공식 슈퍼투스칸'으로 기록되는 와인입니다. 솔라이아와 같은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며, 가격과 품질 면에서 균형이 뛰어나 슈퍼투스칸의 입문 와인으로도 자주 추천됩니다. 이 와인을 통해 전통 품종(산지오베제)의 새로운 가능성이 세계적으로 증명되었으며, 그 파급력은 현재까지도 유효합니다.

 

와이너리 소개  

티냐넬로는 안티노리 가문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해발 400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재배됩니다. 산지오베제를 주력으로 하되, 까베르네 쇼비뇽을 블렌딩하여 강건함과 깊이를 더합니다.

 

가격대  

국내에서는 15~20만 원대로 유통되며,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 많은 애호가들의 '애장품'으로 꼽힙니다.

 

테이스팅 노트  

붉은 체리, 건포도, 오렌지 껍질, 삼나무, 흙내음, 타르 향이 복합적으로 퍼지며, 입안에서는 신선한 산도와 탄탄한 구조감, 적당한 오크 터치가 조화를 이룹니다. 숙성에 따라 버섯, 가죽, 말린 장미 향이 피어오르며 성숙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개성점  

산지오베제를 주축으로 하면서도, 국제 품종의 구조감을 더한 '절충형 슈퍼투스칸'으로서 전통과 현대의 다리를 놓는 와인입니다. 그 어떤 슈퍼투스칸보다도 이탈리아적인 정서를 품고 있습니다.

 

 

 


 슈퍼투스칸, 반항의 정신으로 빚은 전설

 

슈퍼투스칸
슈퍼투스칸



슈퍼투스칸은 단순한 와인 카테고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규칙과 관행에 도전한 혁신의 정신,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한 와인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의 결정체입니다.

오늘날 이 다섯 와인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콜렉터들이 열광하는 투자 대상이자, 와인 애호가들이 꿈꾸는 버킷리스트입니다. 티냐넬로부터 시작해 마세토까지 이어지는 슈퍼투스칸의 스펙트럼은 이제 이탈리아 와인의 새로운 전통이 되었습니다.

반항과 혁신에서 시작되어 세계적 명성으로 자리매김한 슈퍼투스칸의 이야기는, 와인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증거입니다. 이 다섯 병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의 와인 여정에 새로운 영감과 열정이 더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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